In Aus./毎日

설레던 마음은 저 어딘가로

serena1223 2013. 1. 18. 19:29


1.

어제 일을 마치고 오는 길 정말 정말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결국 집에와서 펑펑 울었다. 

너무 너무 너무 싫었다. 여기와서 같은 아시아인한테 같잖게 인종차별 당하고 지들은 뭐 잘났다고 사람 그렇게 무시하는건지.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너무 많이 나한테 강요했기 때문에, 굉장히 화가 났다.


일로써도 스트레스 받는거, 굉장히 많았다

아무리 내가 트레이닝 중이라고 해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게 날 감시했고 단 한순간도 내가 혼자서 일하게끔 한적이 없다. 가장 압권이었던건 디저트 데우는 30초 동안, 할 일을 찾아보라는 것. 그 외에도 말하자면 셀 수 없이 많다. 1시간에 홀을 못해도 100바퀴는 돌았던 것 같다. 아무리 손님들 테이블을 봐도 물도 다 그대로 있고, 물어봐도 원하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있고 싶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더 손님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건지. 입장바꿔 내가 레스토랑 갔을 때 서버가 자꾸 내 테이블 보면서 근처 뱅뱅 돌면 졸라 짜증날 것 같은데? 차라리 몇 번 둘러 본 다음에 원하지 않는 것 같으면 어느 한 곳에 서서 손님들 먼 발치에서 보면서 누가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지 체크하는게 더 현명한거 아닌가? 

아무튼 그래서, 손님들한테 가면 나도 눈치보이고 짜증나는데, 안 가면 쪼아대니까 진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내가 일을 한 두번 해본 것도 아니고. 일 머리가 눈치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사람 쪼아대는지 진짜.


근데 사실 일하는거. 아무리 더럽고 치사해도 참을 수 있다.

백번 양보해서 내가 교육중이고 자기들만의 룰이 있는 걸테니까. 하지만 내가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건 날 '무시'하고 '차별'하는 것이었다. 


분명 내가 부탁한 낮시간 쉬프트에 대한 의견은, 어딘가로 무시당해버리고 똑같이 교육받은 일본여자는 (심지어 교육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전부 낮시간에 배정해놨더라. 나는 꼴랑 이틀 주면서 그것도 다 마감까지 하고 가라고. 마감까지 하면 웃긴게, 돈 다 주지도 않는다. 아예 대놓고, 트레이너가 그러던데. '이제부턴 돈 안나와~' 라고.  아니 그러면 일을 왜 시켜? 돈 안줄거면 시키지 말아야지? 


이건 정말로, 이상한 계산법이다. 만일 사장이 나에게 10시까지 이 일을 하라고 했는데 내가 역량부족 혹은 너무 바빠서 (바빠서 못 끝낸 건 솔직히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백번 양보하자) 못 끝낸거면 11시까지 일해도 돈 못받는거, 어쩔 수 없다. 이해한다. 근데 아예 첨부터 10시건 10시30분이건 시간도 정해놓지 않고 완벽히 해놓고 가라고 하면서 돈은 9시 넘으면 안 준다는게 말이 되나? 가게가 9시에 문을 닫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손님이 9시 되야 나가는데? ㅋㅋㅋㅋㅋㅋㅋ


거기다가 내가 오더할때, 다들 날 이디엇마냥 바라보는거. 

트레이닝때 나 배척한거. 첫날부터 신경 거슬렸고 없는 사람 취급하는것도 졸라 싫었지만 그래도 참았다.

아마 낯설어서 그럴테니까. 내가 잘하면 달라지겠지-. 나 계속 보면 달라지겠지- 하고서.


근데 아니다.

겉으로야 잘해줘도 속으론 날 이디엇마냥 바라보는데.

와. 그거 진짜 사람 미치게 하더라.




2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요구한다.

외워오라는거 남들 2-3일 걸리는거 혹은 일주일 이상 걸린다는거 하루만에 다 외워갔고  시키는거 다했는데.

알려주지도 않은 거 물어봐놓고서는 뭐라고한다 ㅋ_ㅋ 



3

왠지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이상은 내가 잘해도 날 배척하는 건 달라지지 않을거라는 것



4

매니저가 날 못 믿어서 그렇겠지만

나 역시 그를 못 믿는다


왜냐면, 면접때 트레이닝 오라고 하면서 1일 혹은 2틀이라고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해놓고 

막상 가니까 이틀 반드시 해야 한다고 하면서, 돈을 얼마주는지 이야기하지도 않고 

시급에 대한 이야기도 구체적으로 없고.

언제까지 오라는 이야기만 있지, 언제 끝난다는 이야기도 없고.



쉬프트도 솔직히, 처음 마감만 들어있는거보고선 조금 기분은 나빴지만 '마감 일 배우라는거구나~'하고 처음엔 좋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일본여자애꺼 보고서는, 황당했다.




정말 여기와서 남 밑에서 일하면서..

서로간의 신뢰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다.



보스들은 항상 이야기한다,

신뢰할 수 있는 워커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당신들도 워커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

일정시간 이상 준다고 했으면 줘야하고 약속한 돈에 맞춰서 제때 줘야하고 

혹시라도 무슨 사정이 생겼으면 이야기를 해서 정확히 알려줘야 하고.

서로 납득을 하고 이해를 해야 '신뢰'라는게 생기는거다.


내가 처음 보는 당신 뭘 믿고, 얼마받을지도 몇시간 일하는지도 모르면서 왜 일해야 하는거지? 




4.

나이가 하나 둘 먹으면서 여자 직업은 전문직이어야 한다는 일종의 신념이 생겼는데.

여기와서 사람들이 왜 전문직 전문직 하는지 알겠더라.



몇일 전 발견한 어느 블로그, 호주 워홀 왔다 가신 분이 

아주 한 맺힌듯, 전문직이 되어야겠다고 적어놓은 글을 봤는데 1000% 공감했다.


남 밑에서 이런 수모 안 겪고

더러운 꼴 안 보려면 누가 뭐라해도 나만의 특별한 뭔가가 있어야겠다.


진짜,너무 너무 더럽다. 이렇게 사는 거.



5.

아무리 돈이 필요하고,좋아도,

돈 그 자체가 되면 내 인생 너무 시시해진다.



6.

거기다가 여기까지 와서 

나는 내가 일을 잘하는 걸 알고, 성실한 것도 알고, 눈치가 빠른 것도 알며,

영어를 원어민만큼은 못해도 필요한 만큼은 가능하다는 걸 안다.

그러니, 여기까지 와서 남 배부르게 해주기가 싫다.



7.

갑갑하다.

요즘처럼 한국 돌아가고 싶은 적이 또 있었을까